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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轉移) — 떨어진 자들 · EP5

한 칼의 빚

EP5 · 시점 류성하

"둘이 같이 가라."

사도혁의 명이었다. 물과 먹을 것을 구해 오는 일에, 마교 소교주는 류성하와 여월을 한 조로 묶었다. 정파의 머리와 마교의 혀. 류성하는 그 셈을 읽었다 — 서로를 견제하게 하고, 둘 다 돌아오게 하는. 영악한 배치였다.

류성하는 거절하지 않았다. 굶어 죽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낮의 도시는 미궁이었다. 사람도, 글자도, 물건도 죄다 모르는 것투성이였다. 류성하는 검을 천에 싼 채 골목과 골목을 누볐고, 여월은 그 반걸음 뒤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읽었다. 누가 위험하고, 누가 무르고, 어디에 먹을 것이 있는지 — 그것만은 여월이 류성하보다 빨랐다.

"저런 데서 사람들이 뭘 사서 나와요." 여월이 환한 점포 하나를 가리켰다. "먹을 것 같은데. 한데 저 작은 종잇장이나 쇳조각을 내고 받더군요. 우리에겐 그게 없죠."

"……돈이로군." 류성하가 씁쓸하게 말했다. 강호의 은자와도, 동전과도 다른. "이 땅의 돈을."

그들에게 그 돈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도둑질을 의논해야 하는 처지였다 — 청천검 류성하가. 그 사실이 검상보다 아렸다.

그때였다.

골목 어귀를 막아서며, 사내 넷이 들어섰다.

*

류성하는 그들에게서 익숙한 것을 읽었다.

살기였다. 모처럼, 이 낯선 땅에서 처음으로 읽을 수 있는 것. 사내들의 눈빛, 어깨, 손의 위치 — 강호의 산적이든 현대의 무뢰배든, 사람을 노리는 자의 몸은 똑같이 말했다. 이 자들은 이 일에 익숙했다. 낯선 행색의 외지인, 무리에서 떨어진 둘. 그들에겐 좋은 먹잇감이었다.

사내 하나가 번들거리는 칼을 꺼내며 무어라 지껄였다.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뜻은 분명했다. 가진 걸 내놔라.

"……대협." 여월이 낮게 속삭였다. 그 목소리에서 농염한 가면이 사라져 있었다. "셋은 칼, 하나는—"

"안다." 류성하의 눈이 맨 뒤의 사내에게 가 있었다. 그 손에 들린 것은 칼이 아니었다. 어제 본, 그 작고 검은 쇳덩이. 멀리서 사람을 치는 모르는 무기.

저것부터다.

머리로는 알았다. 하지만 류성하는 저것의 거리도, 빠르기도, 막는 법도 몰랐다. 강호에서 그는 화살을 검으로 쳐 냈다. 한데 저것은 화살이 아니었다.

칼을 든 셋이 덮쳐 왔다.

류성하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검을 뽑지 않았다 — 뽑는 순간 정체가 드러나고, 정체가 드러나면 더 큰 사냥꾼이 온다(fk6). 대신 그는 맨손으로 갔다. 영기 마른 몸으로 쥐어짜 낸 한 줌 내공을 손끝에 모아, 첫 사내의 손목 혈을 짚었다. 점혈(點穴). 내공이 적게 드는, 그래서 지금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공.

칼이 바닥에 떨어졌다. 사내가 제 팔이 마비된 것에 비명을 질렀다.

둘째가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류성하는 몸을 틀어 흘리며 팔꿈치로 그 턱을 쳐 냈다. 셋째의 칼이 어깨를 스쳐 백의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얕았다. 류성하는 그 팔을 비틀어 꺾고, 무릎으로 명치를 박았다.

셋이 신음하며 뒹굴었다. 화경의 무위는 이 땅에서도, 무뢰배 셋쯤은 검 없이 감당했다.

문제는 넷째였다.

류성하가 셋과 엉킨 그 짧은 순간, 맨 뒤의 사내가 검은 쇳덩이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 류성하의 등을 똑바로 겨눴다.

류성하는 등 뒤의 그것을 느꼈다. 살기가 한 점으로 모이는 것을. 그러나 셋을 제압한 그의 몸은 이미 늦어 있었다. 돌아설 수도, 피할 거리를 가늠할 수도 없었다. 저것이 얼마나 빠른지조차 모르는 채로.

*

그를 살린 것은 여월이었다.

류성하가 미처 보지 못한 사이, 여월의 손이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소매에서 빠져나온 가느다란 은빛 — 독침이었다. 그녀가 가진 마지막 무공이자, 영기가 말라도 쓸 수 있는 단 하나.

침은 넷째 사내의 목덜미에 박혔다.

쇳덩이를 쥔 손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사내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마비독. 그가 손가락에 힘을 주지 못한 채, 검은 쇳덩이가 엉뚱한 곳을 향해 —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 불을 뿜었다.

벽돌이 깨졌다. 류성하의 머리 위가 아니라, 빈 허공이.

사내가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골목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굉음에 놀란 사람들의 비명이 멀리서 들렸다. 곧 이 소란을 좇아 무언가가 올 것이었다. 그 '죽은 눈'들이, 어쩌면 어제의 그 관(官)이.

"……가요." 여월이 류성하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그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독침 한 대에도 그녀의 마른 내공은 바닥을 보였다. "여기 있으면 안 돼요."

류성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순간, 그는 쓰러진 넷째 사내와 여월의 떨리는 손을 번갈아 보았다.

여월은 도망칠 수 있었다.

류성하가 셋과 엉킨 그 순간, 그녀는 등을 돌려 혼자 빠져나갈 수 있었다. 마교의 독부가 정파의 대협을 위해 마지막 독침을 쓸 이유는, 강호의 어떤 율법에도 없었다. 오히려 류성하가 저 쇳덩이에 쓰러지는 편이, 마교에는 이득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를 살렸다.

"……왜." 류성하가 물었다. 그 한마디에 십수 년의 적의가 잠시 비켜서 있었다. "왜 날 살렸나."

여월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미혼술도, 가면도 없는 맨 얼굴로. 잠시, 그녀 자신도 답을 모르는 사람의 표정이었다.

"……쓸모요." 이윽고 그녀가 농염한 가면을 황급히 끌어 올리며 답했다. "대협은 아직 쓸모가 있으니까. 그뿐이에요."

거짓말이었다. 적어도 그것만은 아니었다.

류성하는 어제 사도혁에게 같은 거짓말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같은 거짓말을 여월에게서 들었다. 정파든 마교든, 정을 인정하기 두려운 자들은 모두 '쓸모'라는 말 뒤에 숨었다.

그는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천에 싼 검을 고쳐 쥐고, 그녀의 걸음에 보조를 맞췄다.

"……한 칼, 빚졌다." 류성하가 골목을 빠져나가며 낮게 말했다. "혈매. 강호의 율법으로, 빚은 갚는다."

여월의 걸음이 아주 잠깐 멈췄다.

빚을 갚겠다는 말. 그것은 다시 만나겠다는 말이고, 인연을 잇겠다는 말이었다. 누구도 그녀에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었다. 도구에게는 빚을 지지 않는 법이니까.

"……마음대로 하세요." 그녀가 앞서 걸으며 답했다. 류성하에게는 보이지 않는 각도로, 붉은 입술이 저도 모르게 떨렸다.

그날, 류성하의 마음속에서 여월은 '마교의 독부'에서 한 칸 옮겨 갔다.

베어야 할 적에서, 빚을 진 동행으로.

— 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