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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轉移) — 떨어진 자들 · EP3

순댓국집 할매

EP3 · 시점 류성하

여섯의 손이, 일제히 제 무기로 갔다.

노파는 국자를 든 채 그 여섯 갈래 살기를 둘러봤다.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세는 눈이었다. 하나, 둘, 셋… 끝까지 세고 나서, 입꼬리가 묘하게 내려갔다.

"……여섯이여?" 노파가 물었다. 혼잣말에 가까웠다.

류성하는 그 물음이 걸렸다. 답하지 않았다.

"아이고, 됐다. 그 손모가지들 치워." 노파가 손사래를 치며 능청을 도로 끌어 올렸다. "새벽부터 시장통서 칼부림 나면 너희 그날로 쇠고랑이여. 들어와. 식어."

그러더니 류성하가 보기도 전에 국자로 솥전을 쳤다. 쇳소리 하나가 골목 공기를 갈랐다. 군더더기 없는 발경(發勁). 늙고 메말랐는데 정확했다. 굽은 등의 자그마한 노파인데, 팔뚝만은 무쇠였다.

"……고수." 류성하가 중얼거렸다.

"고수는 무슨." 노파의 눈이 주름 속에서 칼처럼 떴다가 도로 능청 속으로 졌다. "다 저문 할망구지."

*

여섯은 안 들어갔다. 정체 모를 고수가, 정체를 알아챈 채 밥을 내미는데.

노파는 그 경계를 빤히 보더니 제 그릇에 국밥을 한 술 떠 후룩 먹어 보였다. "독 안 탔어. 첫 손님한테 독 타는 미친 할매가 어딨어. 장사 망하게."

그러고는 류성하의 천에 싼 검을 턱짓했다. "칼잡이 총각. 그 보따리, 검이지. 여서 빼들면 큰일 나. 사람 많은 데서 한 번 휘두르면 반나절 안에 온 동네가 너 잡으러 와."

"……어떻게." 진소운이 한 걸음 다가섰다. 막내의 눈이 빛났다. "어떻게 아세요. 우리가 뭔지."

"너희만 굴러떨어진 줄 알어?" 노파가 제 무쇠 팔뚝을 툭툭 쳤다. 그게 답의 전부였다. "이 땅에도 무(武) 잇는 것들이 있어. 다들 시퍼런 칼 들고 다니는 줄 아냐. ……들키면 죽으니까."

진소운이 더 물으려 했다. 노파는 솥으로 돌아섰다. 거기까지였다.

류성하는 그 등에서, 더 묻지 말라는 벽을 봤다.

*

"……당신, 누구요." 류성하가 검을 쥔 채 물었다.

"순자. 박순자. 순댓국 팔어."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그게 다였다.

류성하는 기다렸다. 노파는 안 줬다.

"……강호 식으로 물었소."

"그건 다 묻은 이름이여." 노파가 그를 한 번 봤다. "파먹지 마."

류성하는 그 '묻은 이름'이 무엇인지 끝내 못 들었다. 다만 노파가 그 말을 할 때, 능청이 한 겹 얇아진 걸 봤다.

*

국밥이 평상에 놓였다. 곽철이 먼저 무너졌다.

마교의 살수가 식은 그릇을 두 손으로 그러쥔 채, 누가 빼앗을까 겁먹은 짐승처럼 퍼먹었다. 목덜미의 오래된 사슬 자국이 새벽빛에 드러났다.

노파의 능청이 잠깐 멎었다. "……저 큰 애. 어디서 저렇게 굶기며 키웠대."

아무도 답하지 못했다.

여섯이 하나둘 평상에 앉았다. 사도혁과 여월이 가장 늦게. 정파 셋, 마교 셋이 김 나는 국밥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뜨거웠다. 짰다. 류성하는 한 술을 떠 넣고 목이 멨다.

그때 노파가, 국자질을 멈췄다.

"……아까." 박순자가 류성하를 봤다. 능청이 없는 눈이었다. "여섯이라고 했지. 너희, 떨어질 때 — 여섯이 다였어?"

류성하는 손을 멈췄다.

도시 반대편 어둠으로 걸어 들어가던 그림자가 떠올랐다. 기 마른 세상에서 혼자 목마르지 않던 일곱 번째.

"……하나 더 있었소." 류성하가 천천히 답했다. "우리 쪽도, 마교 쪽도 아닌. 돌아보지도 않고, 혼자 어둠으로 걸어갔소."

박순자의 손에서, 국자가 솥전에 닿았다. 쇳소리가 아니라 둔한 소리였다. 노파는 그걸 줍지 않았다.

한참, 아무 말이 없었다.

"……할머니?" 진소운이 조심스레 불렀다.

"……먹어." 박순자가 다시 국자를 들었다. 손이 한 박자 느렸다. "식어."

그게 다였다. 노파는 그 일곱 번째에 대해 더 묻지 않았고,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류성하는 봤다. 방금 이 능청 좋은 노파의 눈에, 오래 묵은 것이 스쳤다. 두려움에 가까운 것이.

*

"……노인장." 줄곧 입을 다물던 사도혁이 끼어들었다. 마교 소교주의 눈은 이미 노파를 패로, 발판으로 재고 있었다. "왜 우릴 거두지. 숨어 산다는 자가, 굴러온 여섯한테."

박순자는 그 소교주를 한참 봤다. 협력 가면 뒤에 도사린 걸 읽은 눈이었다. 하지만 들추진 않았다.

"배곯는 애들 거두는 데 이유가 어딨어." 노파가 솥에서 김을 퍼 올렸다. 능청이 도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류성하는, 그 능청이 이번엔 무언가를 덮고 있다는 걸 알았다. "강호고 정파고 마교고, 한 그릇 국밥 앞에선 다 배곯은 것들이여. 곱빼기로 말아 줄 테니, 다들 더 먹어."

류성하는 그 노파가 진짜로 왜 자신들을 거뒀는지, 그날은 알지 못했다.

다만 하나는 알았다. 이 노파는 우연히 여기 있던 게 아니었다. 새벽 골목에 떠밀려 온 건 여섯 쪽이 아니라 — 노파가, 무언가를 찾으러 여기 나와 있었다.

"할머니." 류성하가 그릇을 내려놨다. "하나 묻겠소. 우리는 이 땅에서 다시 무위를 되찾을 수 있소. 기가 이렇게 말랐는데."

박순자의 국자가 잠깐 멈췄다. 그녀는 류성하를, 그 곁의 여월을 한 번씩 봤다. 묘한 눈이었다.

"……아주 없는 건 아니여." 노파가 솥으로 시선을 돌리며 흘렸다. "그 얘긴, 너희가 좀 더 절박해지면. 그때."

류성하는 국물을 한 술 더 떴다. 짰다. 그런데도 그릇 바닥이 자꾸 아쉬웠다.

— 4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