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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이(轉移) — 떨어진 자들 · EP7

한 지붕

EP7 · 시점 류성하

이름과 숫자가 생기자, 거처를 구할 수 있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위조 패를 사고 남은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거처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단 하나뿐이었다 — 도심 변두리, 곧 헐릴 낡은 건물의 한 층. 창은 깨졌고 물은 녹슨 빛이었으나, 지붕이 있었고 문이 잠겼다.

그리고 그 한 층에, 여섯이 함께 들어가야 했다.

"……여기서?" 류성하가 물었다. 텅 빈 방을 둘러보며. "여섯이?"

"돈이 이만큼뿐이니까." 진소운이 건조하게 답했다. "따로 살 형편이 못 됩니다, 선배님. 적어도 당분간은."

류성하는 방 한가운데 섰다. 그리고 천천히, 이 상황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

이 좁은 방 안에, 정파 셋과 마교 셋이 함께 산다.

벽 하나 사이로, 류성하와 사도혁이 잠을 잔다.

십수 년을 서로 죽이려 한 두 사람이.

*

강호였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정파의 대협과 마교의 소교주가 한 지붕 아래 잔다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파문이자 처단 사유였다(c16). 정파는 류성하를 변절자로 칠 것이고, 마교는 사도혁을 약점 잡힌 자로 볼 것이었다. 두 세계의 율법이, 이 동거를 금했다.

그러나 그 율법을 집행할 강호가, 여기엔 없었다(c15).

무림맹도, 혈천교도, 그들을 지켜보던 강호의 눈도 — 전부 차원 너머에 있었다. 여기엔 두 세계의 금기를 강제할 어떤 힘도 없었다.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한 가지 율법만이, 모든 옛 율법을 눌렀다.

류성하는 그 아이러니를 곱씹었다.

강호에서 그토록 무겁던 정·마의 경계가, 강호를 벗어나자 종잇장처럼 얇아졌다. 그렇다면 그 경계는, 애초에 무엇이었나. 하늘이 정한 도리였나, 아니면 그저 강호라는 무대 위에서만 유효한 약속이었나.

류성하는 그 물음이 두려웠다. 평생 그 경계를 믿고 검을 휘둘러 왔으니까.

"불만인 얼굴이군." 사도혁이 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으며 말했다. 마교 소교주는 가장 좋은 자리 — 문과 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모서리 — 를 자연스레 차지했다. 무인의 본능이었다. 류성하도 같은 자리를 노렸다는 걸, 둘 다 알았다.

"네가 내 옆에서 잔다는 게." 류성하가 답했다. "유쾌할 리 없지."

"피차일반이야." 사도혁이 벽에 등을 기댔다. "다만 분명히 해 두지. 나는 네 등에 칼을 꽂지 않아. 여기서 너 하나 죽이는 건 쉽지만, 그 소란이 부를 사냥꾼이 더 무서우니까. ……당분간은, 네가 살아 있는 게 내게 이득이다."

"……당분간은." 류성하가 그 말을 되받았다.

"그래. 당분간은." 사도혁이 눈을 감았다. "그 후엔, 글쎄."

두 사람 다 알았다. 이 동거는 휴전이지 화해가 아니었다. 살아남는 동안만 유효한, 칼끝을 잠시 내려놓은 거래. 그 칼은 방 한구석에 천에 싸인 채, 언제든 다시 뽑힐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

밤이 깊었다.

깨진 창으로 도시의 불빛이 흘러들었다. 여섯은 좁은 방에 흩어져 누웠다 — 정파는 안쪽, 마교는 바깥쪽. 보이지 않는 선이 방을 갈랐다. 곽철은 사도혁의 발치에 짐승처럼 웅크렸고(c58), 여월은 벽에 등을 기댄 채 잠들지 못했으며, 백서린은 진소운의 얕은 잠을 살피고 있었다.

류성하는 천장을 보며 누워 있었다.

벽 하나 너머에서, 사도혁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잠든 척하는 숨소리였다. 류성하의 숨소리도 그러했다. 두 무인은 서로가 깨어 있음을 알면서, 서로를 향한 경계를 풀지 않은 채 같은 어둠을 나눴다.

이상한 밤이었다.

평생 죽이려 한 자의 숨소리를 들으며, 그 자가 곁에 있어 차라리 안심이 되는 밤. 적어도 사도혁이 곁에 있는 한, 저 바깥의 모르는 위협 앞에서 그들은 여섯이었다. 혼자가 아니었다.

류성하는 그 안도감이 싫었다.

싫으면서도, 부정할 수 없었다.

저자가 곁에 있어 다행이라고 느끼는 날이 오다니.

강호의 류성하가 이 모습을 봤다면 검을 뽑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류성하는, 천에 싼 검을 베고 누워 그 적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눈을 감았다.

한 지붕 아래, 정과 마가 함께 잠들었다.

그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여섯 모두 어렴풋이 알았다. 이 밤을 기점으로, 그들은 더 이상 강호의 정파와 마교가 아니라는 것을. 이 영기 없는 땅에서, 그들은 무언가 다른 것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아직 이름 붙일 수 없는, 그 무언가가.

— 8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