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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맥(靈脈) — 충전소 쟁탈 · EP15

마의 밤

EP15 · 시점 여월

연인이 된 다음 날들은, 도둑맞은 시간 같았다.

낮에는 여섯이었다. 영맥을 지키고, 사병들과 싸우고, 정과 마의 가면을 썼다. 류성하와 여월은 다른 넷 앞에서 거리를 두었다. 들키면 양쪽 다 위험했으니까 — 정파는 류성하를 변절자로, 마교는 여월을 약점으로 볼 것이었다(c16).

그러나 밤이 깊고 다섯이 잠들면, 두 사람은 지하 영맥 곁에서 만났다.

그날 밤도 그랬다.

영맥의 옅은 빛 아래, 여월은 류성하 곁에 앉아 있었다. 며칠 사이 그의 곁이 익숙해졌다는 게, 그녀는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평생 누구의 곁도 제 자리라 여긴 적 없었는데.

"……여월." 류성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검을 쥐던 거친 손이, 그녀의 손가락을 조심스레 감쌌다. "묻고 싶은 게 있다."

"뭔데요."

"네 안의 그것." 그가 그녀의 명치께를 보았다. 미혼고가 있는 자리. "네가 나를… 마음에 둘수록, 그것이 너를 갉아먹는다고 했지. 지금도, 그런가."

여월은 잠시 침묵했다.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다. 평생 거짓말로 살았으니까. 그러나 미혼술이 통하지 않는 이 사내 앞에서, 그녀는 거짓말이 서툴렀다.

"……네." 그녀가 솔직히 답했다. "당신을 원할수록, 깊어져요. 그리고 깊어질수록, 그것이 나를 더 먹어요." 그녀가 옅게 웃었다. 슬픈 웃음이었다. "그러니 우리, 여기까지만 해요. 곁에 있는 것까지만. 더 깊어지면… 나는 더 빨리 마를 테니까."

류성하가 그녀의 손을 더 꼭 쥐었다.

"……그럼 나는 너를 원하면 안 되겠군." 그가 말했다. 그리고 그 눈에, 고지식한 사내의 결심이 떠올랐다. "하지만 여월. 나는 평생, 옳다고 믿는 것 앞에서 내 안위를 셈한 적이 없다. ……지금도 그래. 너를 원하는 게 너를 아프게 한다면, 그 아픔까지 내가 나눠 지겠다. 너 혼자 마르게 두지 않아."

"그건… 검법이 아니에요. 나눠 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안다." 그가 그녀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댔다. "그래도, 함께 지는 거다. 네가 허락한다면."

여월의 눈에서 끝내 눈물이 흘렀다.

평생, 누구도 그녀의 저주를 함께 지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 다들 그녀를 도구로 썼고, 쓰임이 다하면 버렸다. 그런데 이 사내는, 그녀를 아프게 하는 그것까지 끌어안겠다고 했다. 자기가 다칠 걸 알면서.

그 순간, 여월은 마지막 둑을 허물었다.

"……허락할게요." 그녀가 속삭였다. 술법도, 가면도, 두려움도 없는 맨얼굴로. 맨정신으로. "당신이라면, 나를 가져도 돼요. 전부."

류성하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19세 이용가 장면 — 공개판에서는 생략됩니다. 본편 전체 수위는 작가 메일/성인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새벽이 오기 전, 여월은 류성하의 팔에 안겨 누워 있었다.

그의 심장 소리가 등으로 전해졌다. 고르고, 느리고, 살아 있는 소리. 여월은 그 소리를 오래 들었다. 명치 아래의 그것은, 정을 잔뜩 먹어 한결 묵직해져 있었다. 대가는 이미 시작되었다. 오늘 밤 그를 사랑한 만큼, 그녀는 더 빨리 마를 것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류성하가 그녀의 머리칼을 쓸며 물었다.

"……당신, 이제 책임져야 해요." 여월이 그의 팔 안에서 옅게 웃었다. "정파의 대협이, 마교의 독부랑 이런 사이가 됐으니. 들키면 파문이에요."

"파문이라." 류성하가 낮게 웃었다. 그답지 않게, 두려움 없는 웃음이었다. "강호가 여기 없는데, 누가 나를 파문하지."

"……그럼 강호가 돌아오면요?"

류성하의 손이 잠시 멈췄다.

언젠가 귀환의 길이 열린다면. 강호의 율법이, 정과 마의 경계가 다시 두 사람을 갈라놓는다면. 그때 이 마의 밤은, 두 사람에게 축복일까 저주일까.

"……그건 그때 가서." 그가 그녀를 끌어안으며 답했다. "지금은, 이 밤만 생각하자."

여월은 그 품에 더 깊이 파고들었다.

이 영기 없는 땅이 두 사람에게 준 단 하나의 선물. 강호였다면 결코 허락되지 않았을 밤. 정도, 마도, 율법도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마교의 독부와 정파의 대협은 처음으로 — 도구도 검도 아닌, 그저 두 사람으로 — 서로를 가졌다.

마의 밤이었다.

그리고 그 밤의 대가는, 머지않아 두 사람을 찾아올 것이었다.

— 16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