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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맥(靈脈) — 충전소 쟁탈 · EP14

가면이 흔들릴 때

EP14 · 시점 여월

영맥을 노린 두 번째 습격에서, 여월은 류성하를 살리려다 칼을 맞았다.

옆구리였다. 깊지 않았으나, 영기 마른 몸엔 작은 상처도 컸다. 그녀가 비틀거리는 것을, 류성하가 받아 안았다. 사병들을 베어 넘긴 그 손이, 피 흐르는 그녀의 옆구리를 누르며 떨고 있었다.

"……왜 막았나." 그가 이를 악물고 물었다. "그 칼은 내 것이었다. 막지 않아도 됐어."

"또… 그 소리." 여월이 옅게 웃었다. 입술에 핏기가 가셨다. "한 칼 빚졌다더니, 갚을 기회를 안 주시네요."

"여월."

"……버릇이에요." 그녀가 그의 품에서 가쁘게 숨을 골랐다. "누군가… 다치는 걸 보면, 몸이 먼저 움직여요. 특히… 당신이면."

말해 놓고, 여월은 제 입을 원망했다.

특히 당신이면. 그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 평생 그녀는 본심을 입 밖에 낸 적이 없었다. 가면 뒤에 숨기고, 농염한 말로 덮고, 먼저 정을 주지 않았다. 그게 도구가 살아남는 법이었으니까.

그런데 이 사내 앞에서는, 가면이 자꾸 흘러내렸다.

미혼술이 통하지 않아서였다. 그 앞에서 그녀는 늘 맨얼굴이었고, 맨얼굴은 거짓말을 잘 못했다.

*

백서린이 옆구리를 봉합하는 동안, 류성하는 곁을 떠나지 않았다.

여월은 그게 더 견디기 어려웠다. 차라리 그가 적이었다면. 차라리 미혼술에 홀린 사내였다면. 그러면 이 모든 게 술법의 작용이라고, 가짜라고 우길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류성하에겐 술법이 통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가 곁을 지키는 이 마음은 —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진짜였다.

진짜라서, 무서웠다.

그날 밤, 다섯이 잠든 사이 여월은 홀로 지하 영맥 곁에 앉았다. 옅은 영기가 미혼고의 굶주림을 잠시 달랬다. 그러나 달래지지 않는 것이 따로 있었다.

명치 아래에서, 미혼고가 다른 이유로 꿈틀거렸다.

여월은 알았다. 이것이 굶주림이 아니라는 걸. 그녀가 이 사내에게 마음이 기울수록, 그 정(情)이 역류해 미혼고를 살찌운다(fk12). 누군가를 진심으로 원하는 순간, 그 마음이 그녀 자신을 갉아먹는다. 사랑이 곧 자해인 몸. 그게 혈천교가 그녀에게 심은 저주였다.

그러니 사랑해선 안 됐다. 누구도. 특히, 진심으로는.

"……여기 있었군."

류성하였다. 그도 잠들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가 한 걸음 떨어진 곳에 앉았다. 늘 그 한 걸음. 좁히지 않으려 애쓰는 거리.

"옆구리는." 그가 물었다.

"……안 죽어요." 여월이 답했다. "이 정도로 죽었으면 진작 죽었죠."

침묵이 흘렀다. 영맥의 옅은 빛이 두 사람 사이에 고였다.

"……류성하." 여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면을 쓰지 않은, 떨리는 목소리로. "당신한텐 내 술법이 안 통하죠. 그러니… 이건 술법이 아니에요. 내가 지금 하는 말도, 내가 당신을 보는 이 눈도. 전부… 술법 없이, 맨정신으로 하는 거예요."

류성하의 눈이 흔들렸다. 그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 그가 낮게 답했다.

"그러니까 도망치세요." 여월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지금이라도. 나는… 마교의 독부고, 당신은 정파의 대협이고, 우리가 이러는 건 양쪽 다 죽는 길이에요. 게다가 나는—" 그녀가 제 명치를 눌렀다. "나는, 누굴 진심으로 사랑하면 안 되는 몸이에요. 그게 나를 죽여요. 그러니… 제발, 먼저 도망쳐 줘요. 내가 더 깊어지기 전에."

*

류성하는 도망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평생 한 번도 좁히지 않던 그 한 걸음을 — 좁혔다.

여월의 떨리는 얼굴 앞에, 그의 손이 닿았다. 핏기 가신 뺨을, 무인의 거친 손이 조심스레 감쌌다. 그 손은 검을 쥘 때보다 더 떨리고 있었다.

"……나는 평생 도망쳐 본 적이 없다." 류성하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 고지식한 사내의 항복이 어렸다. "적에게서도, 죽음에서도. 그런데 지금, 너에게서 도망치라고? ……그건 내가 아는 어떤 검법으로도 못 하는 일이다, 여월."

"류성하—"

"네가 나를 죽인다면," 그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그건 내가 택한 거다. 적의 칼에 죽는 것보다, 네 마음에 죽는 게 낫다."

여월의 둑이 무너졌다.

평생 먼저 주지 않으려 쌓아 온 둑이, 그 한마디에 무너져 내렸다. 그녀가 그의 손에 제 뺨을 기댔다. 그리고 두 사람의 거리가 — 마침내 — 사라졌다.

입맞춤은 짧고, 서툴렀다. 화경의 검객도, 마교의 독부도, 이런 건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서툰 입맞춤 안에, 술법도 가면도 없는 두 사람의 맨얼굴이 처음으로 포개졌다.

명치 아래에서 미혼고가 날뛰었다. 그 정(情)을 먹고 더 굶주리며. 여월은 그 고통을 느끼면서도, 입맞춤을 거두지 않았다.

알면서도, 그를 택했다.

사랑이 자해라면, 그래도 한 번쯤은 — 도구가 아니라 사람으로, 누군가를 사랑해 보고 싶었다.

가면이 흔들린 게 아니었다. 그날 밤, 여월은 가면을 벗었다. 그리고 그 맨얼굴로, 정파의 대협을 연인으로 받아들였다.

두 사람 다 알았다. 이 다음에 무엇이 올지를.

— 15화에서 계속